韓文原文:
‘아이유(IU)’ [조각집]
구태여 바깥에 내놓지 않았던 내 이십대의
그 사이사이 조각들
1. 드라마
스무 살에 썼던 곡이다. 실연을 하고 며칠 동안 사랑에 대해 몹시 비관하던 내 친구를 잠시나마 웃게 해주고 싶어서 만들었다.
발매를 하진 않았지만 매년 콘서트 앵앵콜 시간에 빼놓지 않고 불렀던 만큼 이 곡에 대한 애정이 크다.
종종 비슷한 감성의 곡을 써보려고 시도해 봤지만 이미 나에게 지나간 챕터를 흉내만 내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
공연장에서 부를 때는 현장감을 받아 수월하고 경쾌하게 불렀던 것 같은데 레코딩은 역시 다른 영역이라는 걸 이 곡을 녹음하며 새삼 느꼈다. 이번 녹음 중 캐릭터를 찾느라 가장 고생한 곡이다.
공연장에서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따로 편곡을 하지 않았다.
‘드라마’라는 곡의 존재를 잊지 않고 10년 동안이나 굳세게 정식 발매를 요청해 준 나의 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처음이라 잘 해내 보이고 싶어 피가 끓었던 ‘내 손을 잡아’와, 어느새 제법 미끈한 여유가 생겼던 ‘금요일에 만나요’ 사이에 ‘드라마’가 있다. 내세우고픈 욕심은 없었으나 내 마음에는 꼭 들게 맞아서 꽤나 소중하게 간직했던 이 곡이, 어쩌면 이번 소품집의 이유이자 주제이기도 하겠다.
2. 정거장
스물다섯에 쓰기 시작해서 완성은 스물여섯에 했다.
원래 붙어서 태어난 음악인 듯, 가사와 멜로디가 동시에 떠오르는 곡들이 있는데 나에겐 오랜만에 이 곡이 그랬다.
그런 곡들은 어쩔 수 없이 편애를 받는다.
공들인 구성이나 특징적인 코드웍은 없지만 숨 쉬듯이 1절을 써놓고 나자마자 난 이 곡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근데 그래놓고 까먹었다. ㅎ
그러다가 1년 후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이라는 인물을 만났고, 자연스럽게 그 인물에 대입해 2절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언제라는 확실한 계획은 없었지만 언젠가는 꼭 발매하고 싶은 곡이었다. 스토리텔러로서보다도 탑 라이너로서, 어느 곡보다 이 곡에 나라는 창작자의 가장 중심적인 감성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이 곡만 유일하게 가이드 버전 보컬을 섞어 사용했다. 3년 전의 목소리와 지금의 목소리가 함께 담겨 있는 것이다. 그때는 담담했는데 지금의 나는 이 곡을 대할 때 좀 더 호소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이제 와서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여서 그런 걸까.
지은과 지안의 사이 ‘정거장’이 있다.
정거장 하나만큼의 거리가 둘을 이었다.
3. 겨울잠
한 생명이 세상을 떠나가는 일과, 그런 세상에 남겨지는 일에 대해 유독 여러 생각이 많았던 스물일곱에 스케치를 시작해서 몇 번의 커다란 헤어짐을 더 겪은 스물아홉이 돼서야 비로소 완성한 곡이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혹은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서 맞이하는 첫 1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써 내려갈 플롯이 명확해서 글을 쓰기에는 어렵지 않은 트랙이었지만 그에 비해 완성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너무 직접적인 표현을 쓰고 싶지도, 그렇다고 너무 피상적인 감정만을 담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녹음 시간이 가장 길었던 곡이다.
평소 레코딩에서는 최대한 간결한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 곡은 굳이 감정을 절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움을 극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곡의 후반부가 아닌 중간 인털루드에 전조를 감행하는 나름의 과감한(?) 편곡을 시도했다. 다른 곡들과는 달리 피아노 기반의 곡으로 담은 것도 그 이유에서다.
내 세상에 큰 상실이 찾아왔음에도 바깥엔 지체 없이 꽃도 피고, 별도 뜨고, 시도 태어난다. 그 반복되는 계절들 사이에 ‘겨울잠’이 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이제는 정말로 무너지지 않는다. 거짓말이 아니란 걸 그들은 알아주겠지.
4. 너
스물네 살, 집에도 못 가고 산골에서 며칠간 드라마 촬영을 하다가 윗집 사는 친구가 너무나 보고 싶어서 끄적였던 곡이다.
당시 촬영 중이던 사극 드라마에 십분 몰입해 멀리 있는 님에게 보내는, 닿을지 어떨지 모르는 연서를 보낸다는 설정으로 한 줄 한 줄 애틋하게 가사를 썼던 기억이 난다.
이 곡을 수록할까 말까 오래 고민했다.
수년 전, 팬들에게 이 노래를 발매할 생각이 없다고 언질을 해놓았기 때문에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닫힌 일이었다. 그러다 최근 어느 날, 유튜브를 배회하다가 오랜만에 이 곡을 다시 듣게 됐는데 그 게시물의 댓글을 보고 이 곡을 기다리는 팬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게다가 진심 하나로 썼던 곡이라 그런지 그 안에 담긴 가사들이 여전히 내 마음에 와닿았다.
수록에 대해 확신이 없는 상태로 5년여 만에 이 곡을 녹음실에서 다시 불러보는데, 신기하게도 첫 소절부터 탁 붙었다.
가수 생활 14년 동안 유일하게 음악 활동을 쉬었던 해에 유일하게 팬들에게 들려줬던 곡이다. ‘챗셔’와 ‘팔레트’ 사이 느릿느릿 조용하게 흘러가고픈 ‘너’가 있다.
아마 내가 작업한 곡들 중 가장 음절이 적은 곡일 것이다.
5. 러브레터
스물여섯에 스케치하고 스물여덟에 완성해 ‘무려’ 다른 아티스트에게 주었다. 작곡을 시작한 이래 타 아티스트가 내 곡을 부른 것은 처음이었다. 작년 KBS 스케치북에 출연해 이 노래를 부른 것이 인연이 되어 내가 좋아해 마지않는 아티스트, 정승환씨와 함께 작업하게 됐다. 작업 당시 안테나와 승환씨에게 간략히 이 소품집에 대해 미리 설명하고 음원 발매에 관한 동의를 얻었다.
노부부 중 먼저 세상을 떠나는 쪽이 남게 되는 다른 한쪽에게 남기는 마지막 연애편지라는 설정으로 가사를 썼다.
정승환씨의 버전이 담담하고 세련됐다면 내 버전의 러브레터는 좀 더 정공법으로 풀고 싶었다.
편곡은 동화 같고 아기자기하지만 가창 자체는 단단히 하려 했고 비교적 수월하게 녹음했던 곡이다. 또 가사 중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다오’ 들을 파트마다 조금씩 다르게 연기해 보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문단에 ‘어디보다 그대 안에 나 머물러 있다오’라는 가사는 내 정규 5집 앨범 <LILAC>의 마지막 트랙 ‘에필로그’의 씨앗이 되어준 문장이다.
오랫동안 날 알아 왔고, 알고, 더 알려고 해준 나의 고마운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소설과 편지 사이,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을 눌러 쓴 ‘러브레터’로, 이 소품집을 닫는다.
中文翻譯:
(翻譯by IU臺灣守護團 Panny 轉載請註明出處)
‘아이유(IU)’ [碎片集]
這是我特意沒有對外公開過的那些我的二十代之間的碎片們。
1.Drama
這是在二十歲時寫的歌曲,當時是為了要逗笑因失戀而對愛情感到非常絕望的朋友而寫的,雖然一直沒有正式發行,但是每年演唱會安安可時都不會不唱的一首我非常喜歡的歌。雖然曾經試著寫類似這樣感性的歌,不過因為總感覺在模仿過去一樣,所以最終放棄了。
在演唱會演唱時,照著現場的氣氛感覺唱得很輕快自如,但是在錄製這首歌時,再一次深深體會到了果然錄音室不同的領域這件事,這首是在錄音時最難抓感覺的一首歌。
為了最大的維持像在現場一般的感覺,所以沒有特別進行編曲。
真的真心感謝那些十年來一直沒有忘記”Drama”的存在並持續要求正式發行這首歌的粉絲們。
在第一次為了要展現最好的一面而拚盡全力的”Hold my hand”以及不知不覺間變得更從容的”Friday”中間有一首”Drama”。雖然一直沒有很想推出的慾望,但是實在是非常符合我自己的內心,所以我珍藏許久的這首歌或許也能說是這次出這張專輯的理由以及這張專輯的主題。
2.Next stop
從二十五歲開始寫到二十六歲的歌。
就如天生一對一樣,有些歌的歌詞和旋律是同時浮現出來的,這首歌對我來說就像是很久違了 一般,所以不可避免的我對這首歌更為偏愛一些。雖然在架構和特點上沒有很費心,不過寫完第一段時就如呼吸一般自然順暢,所以我就特別喜歡這首歌,但後來擺著擺著就忘了,哈。
一直到一年後在”我的大叔” 中遇到了”ˊ至安”這個角色,就在很自然地帶入這個角色後寫出了第二段。雖然一直沒有確切的計畫,但這首是一直想著總有一天要發行的歌,與其說是敘事者 不如說是點綴者,比起其他歌來說,這首歌蘊含了更多”我”這個創作人最深處的感性。
這是唯一一首混了導唱帶聲音的歌,混合了三年前和現場的聲音,那時是淡然的,現在的我面對這首歌時變得更共情,說來矛盾但難道是因為時至今日那些都已經是過去的事了嗎?
在知恩和至安之間有個”車站”
一個車站的距離連接著兩者。
3.Winter sleep
這是一首在對於一個生命的離開和被留下特別有感觸的二十七歲時開始起筆,又經歷了幾次巨大的分別,直到二十九歲才完成的歌。講述了送走心愛的家人、朋友或寵物後,獨自迎來的第一年的故事。雖然照著春、夏、秋、冬的順序寫下去非常明確,所以寫起來並不難,但是卻花了很長的時間,因爲不想用過於直白的表達,也不想只包含過於膚淺的感情。
這是錄音時間最長的歌曲。雖然平時在錄音時都會盡可能地用簡潔的方式呈現,但在錄這首歌時並沒有刻意壓抑感情,反而是爲了最大化思念之情,在歌曲的中段而非後半段就果斷地做了變奏的大膽(?)編曲,這也是這首歌與其他歌曲不同,是以鋼琴爲基礎的原因。
即便我的世界內遭逢了巨大的失去,但在那之外花還是照開、星星還是照常升起、詩也是如常誕生,在那反覆的季節之中有著『冬眠』。
唱着這首歌,現在真的不會倒下了,他們會知道我沒有說謊吧。
4.You
二十四歲時,為了拍戲好幾天待在山裡連家都沒辦法回,但實在太想念住在樓上的朋友,所以寫了這首歌。我記得我完全代入了當時正在拍攝的古裝劇,想著要給身在遠方的友人寄去不知能否收到的信箋,一字一句地寫下了歌詞。
考慮了很久要不要收錄這首歌。幾年前我就曾對粉絲們說過不想發行這首歌,所以也沒在想過這件事,但最近某天在看YouTube時久違再次聽到這首歌,看了留言後才知道在等著這首歌的粉絲比想像中更多,而且可能是因為是充滿真心寫的歌,所以那些歌詞現在還是能觸動我。
在還沒確定要不要收錄的情況下,時隔五年多在錄音室重新唱了這首歌,神奇的是從第一節開始就非常順利。
這是我十四年歌手生涯中唯一暫停音樂活動的一年唯一一首獻給粉絲們聽的歌。『CHAT-SHIRE』和『Palette』之間,有一個想慢慢地安靜地流逝的『你』。這可能是我創作的歌曲中音節最少的一首歌.
5.Love Letter
二十六歲開始寫,二十八歲完成,結果給了其他歌手。這是我開始寫曲以來第一次讓其他歌手唱我寫的曲,去年在寫真簿唱這首歌作為契機,讓我和我非常喜歡的歌手鄭承煥一起合作。在準備時候向Antenna和承煥簡單說明了這次的小品集,得到了發行音源的同意。
這是以老夫婦中先離開人世的一方給留下來的一方的最後一封情
書這樣的設定寫的歌詞。
如果說鄭承煥的版本是淡然幹練的話,那我的版本,我想用正面進攻的方式來詮釋。編曲雖然像是童話故事一樣,但演唱的部分想唱得更沉穩,是一首相較起來錄得比較輕鬆的歌。除此之外,我努力把歌詞中反覆出現最多的「다오」每個部分都演繹地稍有不同。
最後的一段中「我不在他處而是在你的心裡」的歌詞是成為我第五張正規專輯Lilac最後一首歌『終曲』的種子的歌詞,這也是我想對長久以來認識我、了解我,想要更了解我的粉絲們說的話。
在小說和信之間,用寫滿了想傳達給愛我的各位的真心的《情書》,闔上這本小品集。
(翻譯by IU臺灣守護團 Panny 轉載請註明出處)